중성자별의 진짜 크기

서울 크기에 태양 질량이 압축된 별

문득 어릴 때 과학 교과서에서 봤던 그림이 생각났다.
별이 죽으면 폭발한다는 내용이었는데, 폭발 뒤에 뭔가가 남는다고 했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잔해’라는 단어로 퉁쳐져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잔해가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인 물체 중 하나였다. 중성자별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그 실체를 알고 났을 때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난다.

태양이 죽으면 뭐가 남을까

별은 영원히 빛나지 않는다.

태양 같은 별도 약 50억 년 후에는 연료가 떨어져 죽음을 맞는다. 태양 정도 질량의 별은 죽을 때 비교적 조용하게 바깥층을 날려버리고 핵만 남기는데, 그게 백색왜성이다. 그런데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 대략 태양 질량의 8배에서 20배 사이인 별이 죽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엄청난 규모의 폭발, 즉 초신성(supernova, 별이 생애 마지막에 일으키는 거대 폭발) 이 일어난다.

중성자별의 크기
픽사베이 이미지

초신성 폭발은 어느 정도냐면, 폭발 순간 방출되는 에너지가 태양이 100억 년 동안 내뿜는 총 에너지보다 많다. 0.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그 폭발이 지나간 뒤, 별의 핵이 남는다. 이게 바로 중성자별이다.

중성자별의 크기를 들으면 보통 한 번 더 묻는다. 지름이 약 20킬로미터다. 서울 도심에서 수원까지의 거리쯤 된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질량은 태양 질량의 1.4배에서 2배 정도. 태양은 지구를 100만 개 이상 집어넣을 수 있는 크기인데, 그 태양보다 무거운 물질이 서울 크기 공 하나에 들어 있다는 말이다.

중성자별 안은 어떤 상태일까

물질을 이렇게 극단적으로 압축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단계별로 따라가 보자.

⚛️ 원자가 부서진다

우리가 아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는 가운데 핵(양성자+중성자)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돈다. 원자의 크기에서 핵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마어마하게 작다. 핵이 야구공 크기라면, 전자는 수 킬로미터 밖에서 맴돌고, 그 사이는 전부 텅 빈 공간이다. 우리 몸도 사실 대부분이 빈 공간인 셈이다.

초신성 폭발 직후, 별의 핵에 가해지는 중력이 너무 강해서 이 빈 공간이 전부 짜부라진다. 전자가 양성자 안으로 밀려 들어가면서 중성자(neutron, 전하가 없는 입자) 만 남는다. 원자 구조가 완전히 무너지고, 중성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거대한 ‘중성자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이게 중성자별의 정체다.

🏋️ 밀도가 얼마나 극단적이냐면

중성자별의 밀도는 1세제곱센티미터당 약 4억 톤이다. 각설탕 하나 크기의 중성자별 물질을 지구로 가져오면, 그 무게가 에베레스트산보다 무겁다. 현실에서 상상하기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 정도 밀도가 되면 물리법칙도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뉴비콘
중성자별 표면 중력이 지구의 2000억 배거든.
독자
2000억 배? 그게 얼마나 엄청난 거야?
뉴비콘
60킬로그램인 사람이 거기 서면, 순간적으로 600조 킬로그램의 힘으로 눌리는 거야.
독자
엥, 그러면 닿는 순간 그냥…?
뉴비콘
납작하게 짓눌리는 게 아니라 원자 단위로 분해되는 거지. 닿기도 전에.
독자
진짜? 그럼 표면에 뭔가 있긴 해?
뉴비콘
있어. 철로 된 딱딱한 껍질이 있는데, 두께가 1킬로미터쯤 되고 강도는 지구 어떤 금속보다 수백억 배 단단하대.
중성자별 우주
픽사베이 이미지

🌀 펄사 — 우주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

중성자별 중에는 펄사(pulsar, 빠르게 회전하며 전파를 내뿜는 중성자별) 라고 불리는 종류가 있다. 별이 죽으면서 핵이 극도로 수축할 때 회전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모으면 빠르게 도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 결과 중성자별 일부는 1초에 700번 이상 회전한다. 1초에 700번. 선풍기 날개도 이 속도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렇게 빠르게 돌면서 자기장을 통해 전파를 뿜어내는데, 그게 등대처럼 규칙적으로 지구 방향을 스쳐 지나간다. 이 신호가 어찌나 정확한지, NASA 중성자별 과학 페이지에 따르면 일부 펄사는 원자시계보다 더 정확할 정도다. 우주 한복판에서 자연이 만들어낸 시계인 셈이다.

🔬 내부는 아직도 모른다

표면 아래로 들어가면 인류는 솔직히 잘 모른다. 중성자별 내부는 우주에서 우리가 직접 관측할 수 없는, 가장 극단적인 상태 중 하나다. 중성자들이 더 으깨지면서 쿼크(quark, 중성자와 양성자를 구성하는 더 작은 입자)가 흘러다니는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이 있고, 아예 우리가 모르는 형태의 물질이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성자별은 지구에서 절대 재현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이론을 검증하는 게 극도로 어렵다.

인류가 알아낸 것들

📡 처음 발견은 실수(?) 에 가까웠다

1967년, 영국의 천문학자 조슬린 벨 버넬(Jocelyn Bell Burnell)은 전파망원경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이상한 신호를 발견했다. 너무나 규칙적이어서 처음엔 외계인 신호라는 농담 섞인 별명(‘LGM-1’, Little Green Men)까지 붙었다. 하지만 곧 이게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 즉 펄사에서 오는 신호임이 밝혀졌다. 이 발견은 이후 노벨물리학상으로 이어졌다(버넬 본인은 수상하지 못했다는 아쉬운 뒷이야기도 있다).

🌊 중성자별끼리 충돌하면 금이 생긴다?

2017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는 장면이 관측됐다. LIGO(라이고, 중력파 검출기) 가 중력파를 잡아냈고, 동시에 전 세계 70개 이상의 천문대가 빛 신호를 함께 관측했다. 이른바 ‘다중 신호 천문학’의 시대가 열린 순간이었다. Universe Today의 중성자별 충돌 관측 보도에서도 이 사건이 얼마나 획기적이었는지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충돌에서 밝혀진 놀라운 사실이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금, 백금,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바로 이 중성자별 충돌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손가락에 끼는 금반지의 원자들이 수십억 년 전 우주 어딘가에서 충돌한 두 중성자별의 잔해라는 뜻이다.

🛰️ 니서(NICER) 중성자별 전용 망원경

NASA의 NICER 미션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부착된 X선 망원경으로, 중성자별의 크기와 질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목표다. 2017년부터 운용 중이며, 중성자별 내부 상태를 간접적으로 추론하는 데 핵심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에는 중성자별의 반지름을 지금까지 중 가장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 한국도 들여다보는 중

한국천문연구원도 중성자별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KVN(한국우주전파관측망)을 통해 펄사 관측을 수행하고 있으며, 국제 공동 연구에도 활발히 참여 중이다. 우주의 가장 극단적인 현장을 들여다보는 데 한국 과학자들도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꽤 자랑스럽다.

우주가 팽창한다면, 팽창하는 그 ‘바깥’에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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