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지?
별이 점처럼 박혀 있는 그 까만 하늘, 그게 그냥 ‘빈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공간은 소리 없이 사방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질문이 하나 있다. 우주가 팽창한다면, 그 바깥에는 대체 뭐가 있는 걸까?
우주 팽창이 뭘까?
1929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 흔히 들어 본 허블 망원경의 그 사람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멀리 있는 은하들이 전부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가까운 은하보다 먼 은하가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다. 이게 바로 허블의 법칙이다.

“그럼 우리 은하가 우주의 중심인가?” 싶겠지만, 전혀 아니다.
이걸 이해하는 가장 좋은 비유가 바로 풍선이다. 풍선 표면에 점을 여러 개 찍고 바람을 불어넣으면, 어느 점에서 봐도 다른 모든 점들이 자기로부터 멀어진다. 어떤 점도 ‘중심’이 아닌데 모두가 멀어지는 것처럼 느끼는 거다. 우주가 정확히 이렇다.
중요한 건 이거다. 별이나 은하가 공간 속을 이동해서 멀어지는 게 아니라, 공간 자체가 늘어나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400km인데, 한국 땅 자체가 쭉쭉 늘어나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아도 서울-부산 거리가 800km, 1600km가 되는 것과 같다. 은하들은 그냥 자기 자리에 있는데, 그 사이의 공간이 불어나는 거다.

그렇다면 속도는 얼마나 될까? 현재 우주 팽창 속도를 나타내는 허블 상수(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는 1메가파섹(약 326만 광년)당 초속 약 70km 정도다. 326만 광년이라는 거리가 얼마냐면, 빛의 속도로 달려도 326만 년이 걸리는 거리다. 자동차로 가면 약 3조 년이 걸린다. 그 거리마다 초속 70km씩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충분히 멀리 있는 천체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멀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그 빛을 영원히 받아볼 수 없다.
그러면 우주 ‘바깥’에는 뭐가 있지?
근데 진짜 무서운 게 뭐냐, 우주가 팽창한다면 우주 팽창의 그 바깥에는 뭐가 있느냐는 거다.
답부터 말하면? 우주 바깥은 없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게 “바깥이 없다”는 게 “텅 빈 진공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공간 자체가, 시간 자체가, 없다는 말이다. 우주는 모든 공간과 시간을 포함한 전부다. 풍선 비유로 돌아가면, 우리는 풍선 표면 위의 점이다. 풍선 안쪽이나 바깥쪽, 즉 3차원 공간은 우리 우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2차원 존재인 개미가 풍선 표면만이 전부인 세계에 산다면, 표면을 아무리 따라가도 끝이나 바깥을 만날 수 없는 것과 같다.
물론 이 비유도 완벽하진 않다.
실제 우주는 3차원(혹은 그 이상)이고, 풍선처럼 구부러져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현재 관측 결과에 따르면 우주는 평탄(flat) 하거나, 아주 미세하게 굽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평탄한 우주라면? 이론적으로 무한히 펼쳐져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무한한 공간이 더 빠르게 팽창한다는 건, 이미 무한한 것이 더 커진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수학과 철학의 경계가 사라진다.
🌀 관측 가능한 우주 vs 전체 우주
여기서 중요한 개념 하나.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 란 빛이 우리에게 닿을 수 있는 범위, 즉 우리가 실제로 볼 수 있는 우주다. 그 크기가 반지름 약 465억 광년이다. “빛의 속도로 달려도 138억 년이 걸리는데 왜 465억 광년이냐”고 물으면, 바로 그 팽창 때문이다. 빛이 달려오는 동안에도 공간이 늘어났으니까.
그런데 이 관측 가능한 우주는 전체 우주의 일부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 우주가 얼마나 큰지는 알 수 없다. 관측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어떤 우주론자들은 전체 우주가 관측 가능한 우주보다 10^23배 이상 크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10^23이 얼마냐면, 지구의 모든 해변 모래알 숫자보다도 크다. 그냥 상상이 안되는 숫자라고 보면 된다.
🌌 다중우주(Multiverse)라는 가능성
일부 물리학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다중우주(Multiverse) 이론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수많은 우주 중 하나일 수 있다. 각각의 우주는 서로 인과적으로 단절되어 있고, 심지어 물리 법칙 자체가 다를 수도 있다. 중력 상수가 다르고, 빛의 속도가 다르고, 원자가 존재하지 않는 우주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이야기지만 현재로선 검증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건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 걸쳐 있는 이론일 뿐이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별빛은, 수백억 년 전 출발한 빛이 지금에야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조용히, 멈추지 않고 팽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