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종 시나리오의 주범? 우주 최강 ‘감마선 폭발’의 위력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이런 생각이 든 적 있다.

“저 별들 중에 지금 이 순간 폭발하는 게 있진 않을까?”

사실 있다. 그것도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오늘 소개할 감마선 폭발(GRB, Gamma-Ray Burst)은 우주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발 현상이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면, 알고 나면 밤잠 못 잘 수도 있다.

감마선 폭발. 태양이 100억 년 동안 낼 에너지가 단 몇 초 만에

감마선 폭발
이미지 출처: Pixabay

감마선 폭발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양의 감마선(Gamma Ray)이 단번에 터져 나오는 현상이다.

감마선은 빛의 한 종류다.

우리가 보는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수백만 배 높은 전자기파다.

병원 X선보다도 훨씬 강력하다.

그게 수초에서 수분 사이 단 한 번 폭발하는 것이다.

얼마나 강력하냐고?

  • 태양이 100억 년 동안 내뿜는 에너지 총량과 맞먹는다.
  • 그게 단 몇 초 만에 터진다.
  • 방향이 지구를 향하면, 수천 광년 밖에서도 감지된다.

자동차로 1광년 거리를 달리면 약 1억 년이 걸린다.

수천 광년이면 수천억 년이다.

그 거리에서도 지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감마선 폭발
이미지 출처: Pixabay

🔭 감마선 폭발은 어떻게 일어날까?

감마선 폭발에는 두 가지 주요 원인이 있다.

① 긴 감마선 폭발 (2초 이상)

  • 질량이 태양의 수십 배인 거대 별이 수명을 다해 붕괴할 때 발생
  • 별이 블랙홀로 쪼그라들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제트(jet) 형태로 방출
  • 이 제트가 지구 방향을 향하면, 우리가 ‘폭발’을 관측하게 된다

② 짧은 감마선 폭발 (2초 미만)

  • 두 개의 중성자별이 충돌·합체할 때 발생
  • 2017년 실제로 중력파와 함께 감지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 [NASA 공식 설명 보기]

흥미로운 점은 이 두 경우 모두 결국 블랙홀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의 끝에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천체가 만들어진다.

감마선 폭발이 지구를 직접 겨냥하면 어떻게 될까?

감마선 폭발
이미지 출처: Pixabay

만약 지구에서 약 8,000광년 이내에서 감마선 폭발이 지구를 향해 터진다면, 오존층이 절반 이상 파괴된다.

오존층은 태양 자외선을 막아주는 지구의 보호막이다.

그게 반 토막 나면 어떻게 될까?

  • 자외선이 지표면에 직격
  • 식물 광합성 붕괴
  • 먹이사슬 최하단부터 무너짐
  • 결과적으로 대규모 생물 멸종

사실 지구는 이미 한 번 당한 것 같다는 가설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억 5천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 말에 대멸종이 있었다.

당시 지구 생물 종의 약 85%가 사라졌다.

일부 과학자들은 그 원인이 가까운 감마선 폭발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물론 아직 확증은 없다.

하지만 우주 규모에서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 중

감마선 폭발은 하루에 약 1~2건 관측된다.

물론 대부분 수십억 광년 밖 먼 은하에서 발생한다.

지구에 영향을 주려면 우리 은하 안에서, 그것도 방향이 정확히 지구를 향해야 한다.

천문학자들 계산에 따르면 그 확률은 수억 년에 한 번 수준.

오늘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다.

천문학계를 뒤흔든 감마선 폭발의 비밀과 의외의 연결고리

감마선 폭발 이미지
이미지 출처: Pixabay

🪐 지구 이온층을 흔든 역대급 사건

2022년 10월 9일, 천문학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감마선 폭발이 관측됐다.

별명은 “BOAT(the Brightest Of All Time)”, 즉 ‘역대 최밝은 것’.

  • 지구에서 약 24억 광년 거리에서 발생
  • 수백 개의 위성과 망원경이 동시에 감지
  • 이 폭발의 여파로 지구 이온층(대기 상층부)이 일시적으로 흔들렸다
  • 24억 광년 밖 폭발이 지구 대기를 건드린 것이다

24억 광년이란 거리를 다시 느껴보자. 빛의 속도로 24억 년 걸리는 거리다. 그 폭발이 지구 대기를 움직였다

할 말을 잃었다면 정상이다.

🌌 금과 백금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재미있는 부록 하나.

우리가 반지에 끼는 금(Au), 시계에 박힌 백금(Pt) 같은 무거운 원소들.

이것들은 짧은 감마선 폭발의 원인인 중성자별 충돌 때 만들어진다는 게 현재 과학의 정설이다.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면서 엄청난 중성자(n)가 쏟아지고,

그 중성자들이 원자에 달라붙어 무거운 원소가 생성된다.

이 과정을 r-과정 핵합성(rapid neutron capture)이라고 부른다.

즉, 당신 손가락의 금반지는

수십억 년 전 우주 어딘가에서 두 별이 충돌하며 만들어진 원소다.

스케일 면에서 이보다 낭만적인 이야기가 있을까.

우주는 여전히 하루에도 몇 번씩 상상도 못 할 폭발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가 그 사실을 모른 채 밥 먹고 잠들어도, 우주는 쉬지 않는다.

그리고 그 폭발의 잔해가, 어쩌면 지금 당신 손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출처 및 참고 자료

  • NASA — Gamma-Ray Bursts: https://www.nasa.gov/mission_pages/swift/bursts/short_burst_detected.html
  • ESA — BOAT 감마선 폭발: https://www.esa.int/Science_Exploration/Space_Science/The_brightest_gamma-ray_burst_ever_observed_BOAT
  • Universe Today — 대멸종 가설: https://www.universetoday.com/14847/did-a-gamma-ray-burst-cause-an-ancient-mass-extin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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