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이 은하, 허블과 제임스 웹이 함께 담아낸 ‘우주의 두 얼굴’

블랙아이 은하(Messier 64)가 드디어 두 개의 눈으로 동시에 포착됐다.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두 눈이 같은 은하를 함께 바라본 것이다. 두 망원경이 서로 다른 빛의 파장으로 찍은 이미지를 합쳐놓으니, 그 결과물은 “이게 실제 우주의 모습이라고?” 소름 돋았으면 손 들어 ✋🏽.

허블과 제임스 웹, 둘 다 필요한 이유

블랙아이 은하
블랙아이 은하 /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허블 우주망원경은 1990년에 발사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35년 전 이야기다. 그동안 허블은 수십만 장의 우주 사진을 찍으며 인류의 우주관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은하 충돌, 행성상 성운(별이 죽을 때 뿜어내는 가스 구름), 블랙홀 존재의 간접 증거까지. 허블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아는 우주의 절반은 여전히 추측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데 허블에게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주로 자외선과 가시광선(우리 눈에 보이는 일반적인 빛) 영역에서 관측한다는 것이다. 우주의 먼지와 가스 구름은 이 파장의 빛을 대부분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먼지에 가려진 구조를 들여다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그 한계를 넘기 위해 설계됐다.
2021년 말에 발사된 이 망원경은 적외선, 쉽게 말해 열 카메라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열기를 감지하는 빛에 특화돼 있다. 먼지와 가스를 그냥 통과해서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다. 마치 안개 낀 날 일반 카메라로는 앞이 안 보이는데, 적외선 카메라로 찍으면 안개 너머 물체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 두 망원경이 처음으로 같은 대상을 동시에, 서로 다른 빛으로 함께 담아낸 결과물이 바로 이번에 공개된 Messier 64, 블랙아이 은하의 합성 이미지다.

‘검은 눈’ 은하의 민낯

블랙아이 은하는 지구에서 약 1,7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1광년이 빛의 속도로 1년을 날아가는 거리인데, 자동차로 시속 100km로 달린다면 약 107억 년이 걸리는 거리다. 그게 1광년이고, 블랙아이 은하까지는 그것의 1,700만 배다. 숫자 자체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그냥 포기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이 은하가 특별한 이유는 이름에서 바로 보인다.
은하 중심부 바로 위쪽에 짙고 거대한 먼지 띠가 눈처럼 감겨 있는데, 마치 눈 주위에 시커먼 멍이 든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블랙아이(검은 눈) 은하’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허블 망원경과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찍었을 때 검은 눈 은하 비교
허블 망원경과 제임스웹 망원경 촬영 비교 / 이미지 출처 : NASA


그런데 이 은하에는 그 외관보다 훨씬 더 이상한 점이 있다. 은하의 안쪽 가스는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데, 바깥쪽 가스는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은하의 내부와 외부가 서로 반대로 돌고 있는 것이다. 이건 마치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합성 이미지는 이런 구조를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드러냈다.
허블이 자외선과 가시광선으로 잡아낸 별들의 분포와, 제임스 웹이 근적외선·중적외선으로 포착한 먼지와 가스의 구조가 한 장의 이미지 안에 겹쳐졌다. NASA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 이미지는 같은 은하를 전혀 다른 두 개의 시선으로 본 결과물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한 장의 사진이 바꾸는 것들

사진 하나가 뭘 바꾸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천문학에서 이미지 하나는 단순한 “예쁜 그림”이 아니다. 이미지 안에는 빛의 파장, 밝기 분포, 가스와 먼지의 위치 정보가 모두 담겨 있고, 과학자들은 그것을 수치 데이터로 변환해서 분석한다.

허블과 제임스 웹의 합성 이미지가 특히 가치 있는 이유는 두 망원경이 서로 ‘보완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허블은 별들이 어디에 얼마나 밀집해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제임스 웹은 그 별들 사이에 있는 차갑고 거대한 가스와 먼지 구름의 구조를 보여준다. 두 정보를 겹쳐보면, “이 은하에서 지금 어디서 새 별이 태어나고 있는가”, “왜 내부와 외부가 반대로 도는가”라는 질문에 훨씬 더 구체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

블랙아이 은하의 역회전 구조는 오래전에 다른 은하와 충돌하거나 흡수한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 쉽게 말해, 이 은하가 언젠가 다른 은하를 잡아먹었고, 그 결과로 외부 가스가 반대 방향으로 돌게 됐다는 것이다. 우주의 역사를 담은 흔적이 지금도 저 먼 곳에서 반대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 원리를 보면, 이 망원경이 왜 먼지를 뚫고 관측할 수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허블이 우주의 ‘표면’을 봤다면, 제임스 웹은 그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더 큰 그림에서 보면, 이번 합성 이미지는 앞으로 많은 은하 연구에 하나의 표준 방법론이 될 수 있다. 단일 망원경으로 한 가지 파장만 보던 시대에서, 여러 망원경이 협력해 하나의 대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허블이 30년 넘게 축적한 데이터는 이제 제임스 웹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이미지출처 : NASA /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

두 망원경의 협업은 계속된다

제임스 웹이 운영된 지 아직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설계 수명은 최소 10년이고, 연료 효율이 예상보다 좋아서 20년 이상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블 역시 현재까지 정상 작동 중이다. 즉, 앞으로 수년간 이 두 망원경이 동시에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이어진다.

블랙아이 은하 외에도 수십 개의 은하, 성운, 별 탄생 지역이 두 망원경의 협업 관측 후보 목록에 올라 있다. 각 대상을 여러 파장으로 동시에 관측하고 합성하는 작업이 쌓일수록, 우리가 이해하는 은하의 구조와 진화 이론은 빠른 속도로 정교해질 것이다.

특히 ‘왜 은하들은 서로 다른 모양으로 진화하는가’라는 질문은 현대 천문학의 핵심 난제 중 하나다. 블랙아이 은하처럼 극적인 내부 구조를 가진 은하를 정밀하게 분석할수록, 그 퍼즐의 조각이 하나씩 채워진다.

우주는 여전히 우리가 답을 모르는 질문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도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밖 수백 킬로미터 상공에서 조용히 빛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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